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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기사승인 2017.06.22  09: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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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에 따르면 중국 황하 상류에 용문(龍門)이라는 협곡이 있었다고 한다. 물살이 세차 웬만한 고기는 거슬러 올라갈 수 없었지만 용문에 뛰어오르면 마침내 용이 되었다고 한다. '용문에 오른다'는 뜻을 지닌 등용문은 그래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크게 출세하는 것을 의미했다. 옛날에는 입신출세의 관문인 과거 급제가 등용문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잉어를 새긴 벼루나 잉어가 뛰어오르는 그림인 약리도 혹은 연리도를 공부방에 걸어두는 게 유행이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등용문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고등고시였다. 행정 고급공무원, 법관, 검사, 변호사, 외교관 등의 임용자격에 관해 국가가 실시하는 시험인 고등고시를 통해 국가를 경영하고 이끄는 동량들이 대거 배출되었다. 고등고시 사법과에서 1963년 '사법시행령' 제정으로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사법시험은 등용문 중의 등용문이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대법원에 설치된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친 뒤 판사나 검사 또는 군법무관에 임명되거나 변호사로 개업하게 된다. 사법시험을 통해 양성된 법조인은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시험이 늘 화제가 된 것은 개룡남·개룡녀(개천에서 용 난 남녀)의 산실이었기 때문이다. 시험 성적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사시는 명실상부한 등용문이었고, '흙수저 희망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시는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기도 했다. 노무현(사법연수원 7기) 전 대통령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공사장 노동자로 일하다 사시에 합격해 고학생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문재인(사법연수원 12기) 현 대통령은 반독재 시위를 벌이다 투옥된 유치장에서 사시 합격 소식을 들은 일로 유명하다.

사법시험이 21일부터 나흘간 치러지는 제59회 사시 제2차 시험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올해 1차 시험은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시행되지 않았고, 이번 2차 시험을 끝으로 사실상 종말을 고한다. 2009년 전국에 걸쳐 25개 로스쿨이 문을 열면서 사시 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왔고, 올해 사법시험을 완전히 폐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공정사회의 상징인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개룡남·개룡녀를 위한 등용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여론에 귀 기울일 때다.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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