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내 사랑', 빈자리 메워 주며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풍경 같은 영화

기사승인 2017.07.14  11:32:53

공유
default_news_ad2
오드 제공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정확히는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내 사랑'은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의 실화를 멜로드라마 풍으로 풀어냈다. 국내 제목은 모드와 남편 에버렛을 간판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상 훨씬 결이 깊고 복잡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원제인 'Maudie'가 더 적절하다는 건 아니다. 이 영화 앞에 어떤 제목을 붙이더라도 나는 모자람을 느꼈을 것 같다.

화가 모드 루이스라는 예술가에 대한 영화, 사랑 이야기, 성장과 상실에 대한 드라마 등 어떤 경로로든 읽을 수 있다. 밑바닥을 울리는 진짜 이야기는 명쾌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좋은 영화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덩어리진 인생을 고스란히 퍼 나르는 일 정도인데, 이 영화가 그렇다.

모드(셀리 호킨스)는 어릴 적부터 앓은 관절염 탓에 집 밖으로도 거의 나가지 못한 채 주변의 보살핌이 필요한 삶을 살았다. 한편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어부 에버렛(에단 호크)은 스스로 고립된 삶을 택한 남자다. 어느 날 가정부를 구한다는 에버렛의 공고를 본 모드는 그 길로 에버렛의 집에서 머물며 일을 돕기로 결심한다. '내 사랑'은 육체적으로 불편하지만 충만한 영혼을 지닌 여자와 강건한 신체를 가졌지만 정서적인 결핍에 놓인 남자가 서로의 모자람을 메우며 걸어가는 이야기다.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풍경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표면적으로는 멜로드라마다. 거칠지만 따뜻한 남자와 불편하지만 속 깊은 여자의 전형적인 연애담. 하지만 에버렛을 단순히 표현이 거친 남자라고 단정 짓는 건 이야기의 조각만 보는 거나 마찬가지다. 같은 맥락에서 예술가의 전기영화로 접근하면 밋밋할 수도 있다.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광기를 애써 조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모드 루이스에게 그림이란 보이는 대로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쏟아내는, 즐거운 행위에 가까웠다. 영화 '내 사랑'도 모드 루이스가 세상을 그리는 방식을 닮았다. 오직 두 사람이 있는 풍경. 멜로드라마, 예술영화 등 주어진 패턴에 따라 감상하는 이야기의 습관은 모드와 에버렛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몇 마디 단어, 100분 남짓한 이야기에 온전히 담기 불가능한 감정들이 셀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의 연기로 생명을 얻는다. 한껏 움츠린 셀리 호킨스의 실루엣은 기묘하게, 아니 당연하게 아름답다.

에단 호크의 쓸쓸한 옆모습도 마찬가지다. 실존 인물의 이미지를 자신의 육체에 담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두 배우의 연기는 그야말로 예술이라 불리기 손색이 없다. 모드 루이스가 있는 정물화, 에버렛이 있는 풍경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여기 하나의 세계가 문을 열었다가 닫히는 시간을 본다. 근래 가장 애잔했던 엔딩과 함께, 두 사람이 평생을 지냈던 캐나다의 작고 예쁜 집의 거칠고 쓸쓸하고 화사하고 포근했던 풍경들이 눈에 새겨져 한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12일 개봉. 
 

 






송경원 영화평론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360 VR

1 2 3
item37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