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 위험한 사랑과 예정된 파멸 사이, 아슬아슬한 로맨스

기사승인 2017.12.15  08:34:10

공유
default_news_ad2

모든 관계는 각각 유일한 형태를 띤다. 사랑, 유혹, 탐닉, 거짓, 배신, 이용 등 어떤 이름표를 붙인다고 해도 그 모든 시간을 정확히 기록할 수는 없다. 우리는 단지 두루뭉술한 단어의 펜 끝에 기대어 가만히 짐작해볼 따름이다.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은 1901년 스웨덴을 배경으로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조망한다. 이것은 그저 사랑 이야기라 가두기엔 방대하고 복잡다단하며 음험하다. 차라리 적대적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몸부림이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의 대문호 얄마르 쇠데르베리의 소설 '시리어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원작의 제목처럼 게임이 되어야 했던 감정들을 그린다.

리디아(카린 프란스 쾨를로프)는 가난한 화가의 딸이다. 외딴 시골에 아버지와 사는 그녀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여자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 때 신문사에서 갓 교정일을 맡은 아비드(스베리르 구드나슨)를 만나 그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너무 가난한 아비드는 그럴 여력이 없다. 결국 리디아는 다른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아비드도 평범하지만 모자람 없는 가정을 꾸린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으로 헤어진 두 사람은 10년 뒤에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불같은 재회의 기쁨도 잠시 리디아와 아비드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파멸을 향해 걸어간다.

격정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예민하면서도 진득하다. 위험한 사랑과 예정된 파국 사이의 로맨스는 아슬아슬해서 더 매혹적이다. 외형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시대와 상황이 갈라놓은, 못 다 이룬 감정들이다. 하지만 원작의 결은 물론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도 전형적인 통속극에 머물지 않는다. 아니 이 영화 속 사랑이라는 감정은 질투, 갈망, 이기심 등 투쟁적이라 해도 좋을 생존 본능의 산물에 가깝다. 독립된 삶을 갈망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리디아는 필요에 의해 사랑을 선택한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다. 반면 아비드를 비롯한 영화 속 남자들은 순진하게도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 딱딱한 물건이라 착각한다.

대체 사랑이 무엇인가. 리디아는 적대적인 세계에서 자기 자신으로 남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매력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누군가는 그 감정에 딱지를 붙여 틀 안에 가두려 하지만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감정을 붙잡는 것 만큼 허망한 일도 없다.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은 진한 멜로의 외양을 띄고 있지만 실은 치열한 생존의 드라마다. 잉마르 베리만과 오랜시간 호흡을 맞춰온 명배우 페닐라 어거스트 감독은 그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황홀하고 열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낸다. 이 영화가 통속적인 로맨스 이상의 울림을 남기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다시 한 번, 모든 관계는 유일하다. 동시에 보편적이다. 100년 전 스웨덴에서 피어난 사연에서 지금 이 땅에 무겁게 내려앉은 억압의 편린이 느껴진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360 VR

1 2 3
item37

최근 화제가 된 뉴스

default_side_ad2

生生한 현장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