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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찾는 사람들, 시대의 아픔과 고단한 삶 어루만진 노래운동의 촛불

기사승인 2016.11.18  14: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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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노래를 찾는 사람들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노찾사'는 노래운동 대중화의 초석을 이끌었고, 고(故) 김광석과 안치환·권진원·윤선애·이혜원 등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음악인들의 요람이기도 했다. 페이퍼크리에이티 제공

지난 12일, 100만 촛불의 현장에 있었다. '길가에 버려진' 우리 자신들을 위로하듯 광화문은 오래도록 촛불로 가득했다. 그 어떤 노래보다 더 아름다웠다. 30여 년 전, 민주화와 사회 정의를 갈망하던 수많은 이들과 함께 그 마른 들판에서 노래의 꽃을 피웠던 그때가 오버랩 되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리라.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은 1980년 사회단체, 대학교, 노동 현장에서 공연하며 폭넓은 대중과 만나고 노래운동의 대중화에 앞장섰으며, 대중예술의 갈래로서 노래가 지니는 사회성과 역사성을 담아내 당시 어두웠던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면서 1980년대를 살았던 이들의 정서적 교감을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찾사는 광범위한 노래운동의 대중화의 초석을 끌어냄과 동시에 대중음악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고(故) 김광석·안치환·권진원·윤선애·이혜원 등 음악인들의 요람이기도 하다.

■폭발적 관심 끈 첫 공연

1980년대 한국 사회가 길고긴 군사 통치의 터널을 뚫고 나오던 과정은 이 사회와 우리 삶과 의식의 곳곳에 씻기지 않을 흔적과 상처를 남긴다. 당시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두환 정권과의 투쟁, 이후 유화책인 1984년 학원 자율화 조치 등 '광주'라는 시대적 과제가 대학가 노래의 '정치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을 무렵이었다. 김민기의 동요 뮤지컬 '개똥벌레 이야기'를 음반으로 제작하려던 기획이 단지 김민기 작품이라는 이유로 심의에 탈락하면서 녹음까지 마친 채 사장되던, 공포의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작업으로 김민기가 서울대 메아리, 이화여대 한소리, 고려대 노래얼, 성균관대 소리사랑 재학생들로 구성된 노래모임 '새벽'에 음반 기획을 제안한 것이 본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당시에는 시장에서 판매될 음반을 위해선 심의 통과가 가장 큰 숙제였다.

'새벽' 구성원들이 창작한 노래 중에서 심의에 문제가 되지 않을 곡들을 3배수 정도 뽑아 가사 심사를 통과한 곡이 본 음반 '노래를 찾는 사람들 1'(1984)에 실린 9곡이었다. 훗날 안치환이 'Nostalgia'(1997)에 실었던 '하얀 비행기'와 고 김광석이 불렀던 '나의 노래' 모두 가사 심의에서 제외되었던 노래들이다. 특히 '그루터기'는 가사 중 '우리의 피가'를 '우리의 땀이'라는 식의 편법을 쓰기도 했다.

드디어 1984년 12월 드디어 노찾사 1집이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제대로 대중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사장되어야 했다. 당국의 압력을 느낀 음반사가 시중에 유통하지도 않고 그대로 창고에 쌓아 두었기 때문이다. 이후 노찾사 활동이 활발해진 1980년대 말에 가서야 새롭게 조명받게 된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은 당대 노래운동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을 최초로 합법적으로 앨범에 담았다는 점과 군사정권 하 민주화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을 노찾사가 부르는 민중가요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을 끌어내는 실마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아울러 노찾사의 노래들은 이 음반의 프로듀서 김민기 서정의 모뉴멘털리티를 계승한 한국적 모던 포크와 결합된 혁명적 낭만주의 가곡, 즉 한국적인 혁명 가곡의 출발점이었다. 1987년 여름, 6월 시민항쟁의 여진이 채 가라앉기 전, 폭우로 노래모임 '새벽'의 스튜디오가 물난리를 겪는다.

그로부터 한 달쯤 뒤 새로 단장한 스튜디오에서 그동안 주로 비합법 공간을 무대로 해 오던 노래운동을 합법 공간으로 확대하자는 것과 '새벽'은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의 노래운동 주체로 남고,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중적 활동은 노찾사 이름으로 하는 것으로 뜻을 모은다. 그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1987년 10월 13일,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벌어진 노찾사의 역사적인 첫 번째 공연이다. 미리내 중극장의 폭발적인 공연이 있었고 연우 소극장의 장기 공연으로 이어진다. 일련의 공연을 통해 노찾사는 순식간에 노래운동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노찾사의 역사는 바로 그 순간 관객들과 함께 확인했던 정서적 일체감, 오랜 억압과 투쟁의 세월을 지나 6월 시민항쟁의 빛나는 함성을 통해 승리의 신념이 빚어낸 그 뜨거운 공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찾사 1집, 2집, 3집, 4집

■민중가요의 절창 빚어내

1989년 10월 발매된 '노래를 찾는 사람들 2'(1989)는 진보적 노래운동의 성과가 상업적 대중가요 음반 시장 안에 의도적으로 진입해 성공한 우리나라 대중가요사상 최초의 기념비적 음반이다. 무사히 발매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고 엄혹한 검열에 통과할 만한 무난한 곡들이 선택된 1집에 비해 2집은 노찾사라는 노래집단을 발족시키고 수차례 공연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축적한 후 만들어낸 본격적인 첫 음반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공연 때마다 매진 행진을 계속함과 동시에 발매 후 1년 사이 50만 장을 돌파했고 이후 1990년대 초중반까지 1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전국 디제이 차트에서도 90주간이 넘게 차트에 머무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을 정도였다. 노찾사의 음악적 방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문승현의 4곡, 5월 광주 진혼곡 '5월의 노래' '이 산하에' '사계'를 비롯해, 전태일 열사 추모의 의미를 담은 1980년대 최고의 명곡 '그날이 오면'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잠들지 않는 남도' '광야에서' '저 평등의 땅에' 등 수록곡 모두 민중가요의 절창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가장 치열한 의식을 가장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노래운동의 상징적 작품들로 가득한 명반이었다.

2집 이후 많은 공연을 통해 얻은 창작곡들과 공들여 새롭게 편곡한 기존의 몇 노래들을 다듬어 '노래를 찾는 사람들 3'(1991)을 발표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녹두꽃' 등 노래운동의 가장 대중적인 연결 고리로서 역할을 다하면서 동시에 노찾사만의 색깔을 담은 10곡을 담아냈다. 2집이 얻었던 엄청난 성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 호응은 덜 받았지만, 40만 장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다.

3집 이후 3년 만에 발매된 4집 '노래를 찾는 사람들 4'(1994)는 세련된 악기 편성과 연주, 그리고 전문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노찾사 전문성을 총동원한 앨범이었다. 노찾사 출신 유명 솔로가수들(김광석·안치환·권진원)이 함께 부른 '끝나지 않은 노래'를 비롯해 4·19혁명을 노래한 '진달래', 3집 때 심의 반려된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와 '동지를 위하여' '우리 큰 걸음으로' 등 특유의 감동적인 합창과 섬세한 서정이 돋보이는 11곡을 담아내었지만, 4집 이후 노찾사는 사회적 담론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이후 '노찾사 10주년 기념음반'(1994)과 '노찾사 모음 하나'(1997)를 발표했다. 20주년을 맞이하던 2004년에는 2집과 3집을 묶은 합본반 '노찾사 20주년 기념음반'(2004)을 발매하고 이듬해 10월, 21주년 기념 콘서트 그리고 대학로 공연(2007)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한다. 2008년에는 '노찾사, 김민기를 부르다'를 시작으로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 '지성적 대중음악'이라는 또 하나의 전통 만들기를 시도하며 홍대 앞 소극장 공연(2009)까지 이어졌다.

시대정신을 견지했던 노찾사의 그 위대했던 영광은 퇴색되었지만, 노찾사의 노래들은 역사의 변곡점마다 여전히 불리고 있다. 필자 역시도 노찾사의 행보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아직도 노래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최성철·페이퍼 크리에이티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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